할리우드부터 노벨상까지 꽂혔다…미래를 바꾸는 기술 [긱스]

입력 2023-10-13 10:06   수정 2023-10-13 11:30

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올해 노벨 물리학상은 찰나의 시간을 포착하는 ‘아토초 과학’ 시대를 연 3명의 물리학자에게 돌아갔습니다. 피에르 아고스티니(82)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교수, 페렌츠 크라우스(61) 독일 뮌헨공대 양자물리학과 교수, 앤 륄리에(65) 스웨덴 룬드대 교수입니다.

이미 영화 '오펜하이머'의 흥행으로 대중들도 양자물리학에 친숙해졌는데요. 먼 미래라고만 생각하기엔 돈의 힘이 거셉니다. 지난해 8조원으로 추산된 양자기술 시장이 2030년 100조원이 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미국, 중국, 영국, 캐나다 등 각국이 기술 패권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한국의 상황은 어떠한지, 김태호 유비쿼스인베스트먼트 팀장이 한경 긱스(Geeks)를 통해 살펴봤습니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은 ‘찰나의 빛’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고안한 세 명의 물리학자에게 돌아갔습니다. 이들이 만드는 빛은 아토초(100경분의 1초) 수준의 매우 짧은 파장으로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극도로 작은 양자 세계를 관찰할 수 있게 합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전자의 세계를 탐사할 새로운 도구”라며 해당 연구의 수상 배경을 설명했죠.

양자의 세계는 이해하기 쉽지 않은 미지의 영역입니다. 하지만 우리 세계의 구성 원리를 밝혀주는 중요한 단서이기도 하죠. 지난해 노벨 물리학상 역시 ‘양자얽힘’ 현상을 규명한 과학자들이 수상했습니다.

양자역학의 주된 연구들이 이토록 주목받는 이유는 여기서 파생되는 ‘양자기술’이 인류의 역사를 바꿀 만큼 획기적이기 때문입니다. 양자기술을 접목하면 기존의 암호체계를 전부 뒤바꿀 수 있고, 신약 개발에서도 엄청난 성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선진국은 오래전부터 양자기술 연구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죠. 글로벌 컨설팅업체 매켄지에 따르면 2001년 이후 20년간 미국은 양자기술에 약 2조7000억원을 투자했습니다.

최근에는 성과들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습니다. 구글, IBM과 같은 빅테크 기업이 경쟁적으로 혁신적인 양자컴퓨터를 선보이고 있고, 독자적 양자 기술을 보유한 국내·외 스타트업의 기업가치도 빠르게 치솟고 있습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닙니다. 양자기술은 12대 국가전략 기술 중 하나입니다. 정부는 양자기술을 포함한 국가전략 기술에 5년간 약 170조원을 투자할 계획입니다. 삼성, LG 등의 대기업도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며 기술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습니다.
슈뢰딩거의 고양이
양자기술의 혁신성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양자 세계에 대한 이해가 조금 필요합니다. ‘양자(quantum)’라는 이름은 빛 에너지양(quantity)에서 유래했습니다. 세상을 쪼개고 계속 쪼개어 쪼갤 수 없는 상태에 이르면 남게 되는 매우 작은 어떤 존재, 원자나 빛의 광자 등을 말합니다. 이들이 움직임은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에 어긋납니다. 전혀 예측할 수 없고 그저 바라만 보는 것으로도 그 모습을 바꿔버립니다. 양자 세계에는 그저 가능성과 확률만이 존재할 뿐입니다.

양자기술의 핵심은 이 양자가 가지는 가능성과 확률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특히 두 가지 독특한 특성을 활용합니다. ‘양자 중첩’과 ‘양자얽힘’이 그 주인공입니다.

양자 중첩은 ‘슈뢰딩거의 고양이’라는 사고 실험으로 주로 설명됩니다. 밀폐된 상자 안에 고양이 한 마리가 있고, 독을 내 뿜는 장치가 설치돼 있습니다. 상자를 열기 전에 우리는 고양이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이 상태가 중첩입니다. 고양이가 살아있으면서 죽어있다는 것이죠. 이런 중첩의 상태는 우리가 상자를 열어 확인하는 즉시 깨집니다. 고양이의 생사를 확인할 수 있게 되는데 이 생사는 확률적으로 결정됩니다.

사실 오스트리아 과학자인 슈뢰딩거는 ‘양자역학’을 비판하기 위해 이런 사고 실험을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죽지도 살지도 않은 중첩상태는 양자가 움직이는 미시세계에서는 존재합니다. 파동이면서 입자이고, 0이면서 1이고, 파란색이면서 노란색인 상태가 가능하다는 것이죠. 그리고 그것을 누군가가 관찰할 때 중첩은 깨지고 상태가 변하게 됩니다.
유령 같은 양자얽힘
양자얽힘은 두 개의 양자가 서로 연결된 것을 말합니다. 한 개의 양자 상태가 결정되면 얽혀 있는 다른 양자의 상태도 동시에 결정되는 현상입니다. 예를 들어 0과 1이라는 두 개의 숫자만을 가진 주사위 두 개가 있고, 하나의 주사위의 값이 결정되면 다른 주사위는 같은 숫자가 나오게 얽혀 있다고 가정합시다. 이러면 하나의 주사위만 던지고도 두 개의 주사위의 값을 모두 알 수 있게 됩니다. 0이 나왔다면 다른 한쪽도 0일 것이기 때문이죠.

앞서 양자는 확률적으로 상태가 결정된다고 이야기했는데 두 개의 양자가 얽혀 있을 경우 한쪽 양자의 상태만 보고도 다른 양자의 상태를 알 수 있게 됩니다. 특이한 것은 이런 현상이 거리에 상관없이 구현된다는 것입니다. 지구에 있는 한 양자의 상태가 결정되면 수십광년 떨어진 우주에 얽혀 있는 다른 양자의 상태도 동시에 결정됩니다.

양자얽힘 현상은 얼핏 보면 정보가 원격으로 전송되는 모습입니다. 그래서 이런 현상을 두고 역사상 최고의 물리학자로 꼽히는 아인슈타인마저도 처음에는 “유령 같은 원거리 원격작용”이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빛의 속도보다 빠른 것은 없다고 했기 때문이죠.

물론 얽힘은 정보가 빛의 속도보다 빠르게 전송되는 현상은 아니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양자얽힘은 실제로 작동이 가능하다는 것은 실험적으로 밝혀졌습니다. 그 실험을 수행한 과학자들이 지난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주인공들이죠.

암호 체계 송두리째 무너질까
양자의 중첩과 얽힘을 이용하면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상당한 기술적 진보가 가능해집니다. 대표적인 것이 양자컴퓨터입니다. 지금의 컴퓨터 정보처리 단위인 비트(Bit)는 정보를 0 또는 1로 저장할 수 있습니다. 양자컴퓨터에서는 중첩상태를 활용한 큐빗(Qubit)이 등장합니다. 정보를 동시에 0과1로 저장하게 되죠.

비트가 2개일 경우를 가정해봅시다. 0 또는 1로 구성할 수 있는 조합은 00, 01, 10, 11 총 4가지입니다. 각 비트는 0이나 1 둘 중 하나이기 때문에 총 4번의 연산을 통해 4개의 조합을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큐빗은 다릅니다. 0과 1이 동시에 구현할 수 있기 때문에 단 한 번의 연산으로 4가지 경우의 수를 모두 찾을 수 있게 됩니다. 큐빗이 늘어날수록 연산의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큐빗의 숫자는 양자컴퓨터 성능을 가늠하는 지표로도 활용됩니다.

실제 구글이 3년 전 선보인 양자컴퓨터 ‘시커모어’는 슈퍼컴퓨터로 1만년이 걸리는 연산을 200초 만에 풀었다고 합니다. 당시 사용된 큐빗은 53개였습니다.

양자컴퓨터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런 연산으로 기존의 암호체계를 송두리째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은행, 모바일 등의 대다수의 암호체계는 소인수분해를 활용해서 구현됩니다. 소인수분해를 하는데 기존 컴퓨터로는 엄청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양자컴퓨터는 소인수분해와 같은 특정 영역에서 기존 컴퓨터 대비 엄청난 속도를 자랑합니다. 악용할 경우 우리의 정보통신 보안 시스템은 물론 국방 암호까지 뚫리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여러 국가가 양자컴퓨터 개발에 열을 올리는 이유입니다.
바이오·통신·센서 등 미래를 바꾸는 양자 기술
신약 개발 분야에서도 양자컴퓨터에 거는 기대가 큽니다. 방대한 양의 신약 개발 데이터를 분석하거나, 분자구조 예측 등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지금보다 신약 개발 기간이 현저하게 단축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외에도 반도체 및 제조의 미세공정진단, 물류 최적화, 지진 및 화재 감지 등 복잡성을 다루는 많은 영역에서 양자컴퓨터로 기술적 진보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양자기술은 통신 분야에도 획기적인 기술적 진보를 제공합니다. 정보가 전달될 때 누군가의 도·감청을 원천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죠. 양자 상태에서 정보를 주고받게 되면 도청 즉시 누군가의 관찰로 인해 양자의 중첩상태가 어긋나고, 정보제공자는 도청 여부를 손쉽게 파악하게 됩니다.

양자 센서도 주목받는 영역입니다. 양자기술을 활용하면 기존 시스템을 활용한 센서보다 측정영역이나 민감도를 크게 개선할 수 있습니다. 양자 MRI의 경우 기존 MRI 대비 훨씬 작은 수준의 질병을 찾아낼 수 있게 됩니다. 양자 이미지 센싱을 활용할 경우 현재 사용되는 라이다 센서보다도 고감도의 센싱이 가능해져 자율주행 등에서 획기적인 기술 진보가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갈 길은 멉니다. 양자로 구성되는 큐빗의 경우 아주 작은 간섭에도 문제가 발생합니다. 적절하게 얽힘과 중첩을 활용하고 제어하는 것도 풀어야 하는 난제입니다. 양자컴퓨터가 제대로 작동하기까지는 아직은 기술적 한계가 많은 편입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매켄지 분석에 따르면 양자통신과 양자 센서는 가까운 미래에 상용화 가능성이 큰 시장으로 꼽힙니다. 양자컴퓨터는 이후 이 기술들과 상호작용을 거쳐 약 2035년경에 상용화가 예상됩니다.
글로벌 기술 패권 격전지로
양자기술은 미래의 게임체인저인 만큼 기업 간, 국가 간 개발 경쟁도 매우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특히 이 분야에서 중국의 기술력이 상당히 앞서있다는 평가입니다. 이에 미국은 최근 자국 기업이나 펀드가 양자컴퓨터 분야의 일부 중국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금지하는 행정 명령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실제 2021년 6월 중국과학기술대학은 66큐빗의 양자컴퓨터를 공개한 바 있죠. 앞서 미국의 IBM과 구글이 공개한 양자컴퓨터의 큐빗은 각각 64개, 53개였습니다. 그러자 지난해 IBM은 433큐빗의 프로세서를 갖춘 양자컴퓨터 ‘오스프리’를 내놓습니다.

중국은 시진핑 주석의 지시로 2018년부터 약 17조5000억원을 투자해 양자컴퓨터 개발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관련 분야 특허 출원은 중국이 미국을 앞서고 있습니다.

국내의 움직임도 활발합니다. 정부는 2027년까지 50큐빗급 초전도 양자컴퓨팅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함께 양자대학원, 교육 및 연구거점센터를 확충해 현 380명 수준의 핵심 인력을 2035년에는 2500명까지 확대할 계획입니다. 현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등에서 큐비트, 양자 프로그램 언어 등 다양한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지난해 기준 글로벌 양자기술 시장의 총규모는 8조6656억원으로 추산됩니다. 그리고 2030년에는 101조2414억원으로 시장이 많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양자기술 스타트업도 약진
스타트업의 약진도 눈에 띕니다. 대표적인 곳이 아이온큐입니다. 김정상 듀크대 교수와 크리스 먼로 메릴랜드대 교수가 공동 설립한 아이온큐는 지난해 10월 뉴욕 증시에 상장했습니다. 상장에 성공한 세계 최초의 양자컴퓨터 스타트업이기도 하죠. 현재 기업가치는 약 4조원에 달합니다.

구글이나 IBM이 극저온 기술을 활용한 초전도회로 양자컴퓨터를 개발하는 데 반해 아이온큐는 전자기장으로 이온을 잡아두는 ‘이온트랩’ 기술을 활용합니다. 상온에서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기술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삼성과 현대차도 이 회사에 투자한 바 있습니다.

국내 스타트업 중에는 지난 6월 큐노바가 벤처캐피털(VC)로부터 투자유치에 성공했습니다. 신소재 및 신약 분야에 혁신적인 양자 신물질 디자인 플랫폼을 제공하는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양자 보안 업체인 ICTK는 양자컴퓨터로도 풀기 어려운 양자내성암호(PQC)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두 회사 모두 LG유플러스 등 대기업들과 활발하게 협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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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 유비쿼스인베스트먼트 투자본부 팀장
신기술사업금융전문회사인 유비쿼스인베스트먼트에서 스타트업 투자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 일어나는 혁신을 관찰하고, 이를 주도하는 스타트업을 발굴해 성장 마중물을 공급합니다. 그래서 매일 스타트업을 만나 혁신적인 트렌드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일이 즐겁습니다. 한국경제신문에서는 벤처캐피털의 투자와 스타트업의 성장 스토리에 대한 기사를 썼습니다. 여러 경험에서 쌓은 넓고 얕은 지식이지만 스타트업 성장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기 위해 매일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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